**8월 23일 카카오 측으로부터 이번 시즌 애니 자막 전체의 자진 삭제 권고 이메일을 받은 관계로, 티스토리 블로그에서의 자막 업로드를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일단 지금 계획상으로는 주말까지 기존에 업로드한 모든 자막들을 비공개 처리하고, 완전히 새로운 터전으로 이전할 생각인데, 작품 수가 많은 관계로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아니면 카카오 측에서 그 전에 강제 삭제 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용하실 때 참고하시기 바라며, 아래는 아쉬운 마음에 남기는 단순한 푸념이니 혹시 읽게 되신다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 일단 이건 분명히 얘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지 않고 소리를 옮겨 자막을 만들어서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금전적 대가를 받았는가의 여부를 떠나 현행 저작권법상 불법이라고 합니다. 가끔 이걸 부정하시는 제작자 분들이 계시던데, 저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불법이라는데. 이걸 부정하는 건 너무 염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뇌피셜이 섞인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그것에 대해 제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원저작권 내지 국내 판권을 들고 있는 측의 판단에 따라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속이 본격적으로 있었던 시점 이후로는 자막을 제작한 년수가 얕기 때문에 정확한 건 아닙니다만, 자막 제작에 너그러운 판권사가 있고 아닌 데가 있습니다. 뭐, 어떤 방침에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까지 눈감아 주시는 측에 대해서는 감사히 여기고, 자막을 내리라고 통보가 오는 것에 대해서도 달게 받아들여 왔습니다.
2. 그런데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만한 최근 어느 한 블로그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작자 개인에게 억하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판권을 가진 측에 신고를 엄청 넣었는데 거기에 딱히 반응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한국 저작권 보호원에다가 신고를 넣었고, 그쪽 요청에 의해 블로그가 폐쇄되었다. 일단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뭐 대단히 저작권 보호 의식이 투철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존재하는 모든 자막 블로그들에 죄다 신고를 넣어서 블로그들이 싸그리 일망타진 당했겠지요. 그게 아니라 특정 블로그들만 찝어서 당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입니다. 유명세 순서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조지려고 이런 자막 블로그들의 취약점을 찌르고 들어오는 사람이 한 명 이상 존재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인지하는 한 제가 그 세 번째 케이스가 된 것 같네요. ㅎㅎ
3. 이미 며칠 전부터 감은 잡고 있었습니다. 유입 경로에 못 보던 사이트가 잡혔고, 찾아보니 그게 한국 저작권 보호원 쪽 도메인이더군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뭔가 대대적으로 자막러들의 블로그에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라, 그냥 신고 들어온 거를 처리하는 것뿐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단 그쪽 도메인에서 유입은 아마 신고글에 적혀 있는 링크를 통해서 들어왔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현재 자진 삭제 권고를 받은 대상글이 딱 이번 시즌 제작 중인 작품들입니다. 아마 신고 몇 번 더 들어오면 이제 블로그 강제 폐쇄 당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티스토리에서의 자막 활동은 이만 끝내고자 합니다. 기존에 올렸던 게시글들 순차적으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근데 워낙 많아서 강제로 삭제 당하기 전에 끝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카카오가 그 정도 유예 기간은 줬으면 하는데 말입니다. ㅎㅎ
4. 자막을 접는 건 아닙니다. 늘 얘기하지만 저는 한 작품에 다양한 번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요즘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들이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영어 자막 중역을 택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어->한국어 로 뉘앙스를 더 살린 자막에 대한 수요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자막이 단순히 애니를 공짜로 보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기 보다는 정식 방영 자막이 취향에 안 맞는 분들께 다른 선택지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관심도가 낮아 국내에 들어오지 않거나 다른 제작자들이 관심 없는 애니들도 한 번쯤 관심을 가져주실 기회가 되었으면 하고 만드는 것도 있죠. 하지만 그 외에는 저 역시 매달 OTT 결제를 하면서, 자막을 만들지 않는 작품 중에 보고 싶은 게 있는 경우엔 영상 또는 자막에 크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없으면 그쪽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영상은 (구시대적인 검열이 없는 원본 그대로의) 정식 방영 영상을, 그리고 자막은 개인의 취향껏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막을 만들어왔습니다.
물론 이걸로 받게 되는 관심 역시 작지 않은 동기가 되고 자막 제작자는 기본적으로 관종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그게 다는 아니라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이걸 뭐 대단한 자원봉사니 어쩌니 하면서 너무 떠받들어주시는 걸 원치 않습니다. 관심 받는 게 지나치게 주가 되고 정작 발전하려는 의지는 없이 자막의 퀄리티나 성실도는 개판 치는 자막 제작자들은 그런 너무 떠받드는 환경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5. 이런 식으로 자막 만들어서 큰 돈 버는 사람은 아마 알려진 사람 중에서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이 우리 자막 가져가서 쓴다고 우리에게 돈 한 푼 안 줍니다. 미쳤습니까? 아무 말 안 해도 그냥 알아서 공짜로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왜 돈을 주겠습니까. 누가 내가 만든 자막을 자기가 만든 것인 것처럼 도용을 하든 불펌을 하든 우리는 도의적인 비난만 할 수 있는 게 다이지, 딱히 쓰지 못하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제가 다른 제작자들처럼 자막에 이름을 안 넣어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아무나 막써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최소한 제 책임이 아닌 범위, 즉 블로그 밖에서 제 이름 달린 자막이 보이는 건 싫기 때문에 저는 아예 이름을 뺀 겁니다. 아무튼 지들 맘대로 막 가져갈 수 있는데 뭐하러 우리에게 돈을 주겠습니까?
또한 실제로 누군가 그런 사이트에 돈 받고 자막을 넘기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그 사람이라면 개인 블로그에 자막 안 올릴 겁니다. 내가 자막 제공하는 사이트에 가야할 시청자수를 분산시키는 짓이니까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인 걸 알 텐데, 마치 불법 사이트들과 뭔가 연계해서 떼돈이라도 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더군요. 저는 광고 다는 것도 솔직히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합니다만, 설령 달았다 해도 거기서 엄청난 수익이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6. 조횟수는 큰 동기부여가 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진짜 쥐꼬리만한 조횟수입니다. 제 블로그가 아마 최근 자막 블로그들 중 가장 드나드시는 분들이 많은 블로그일 텐데, 최고 기록이 일주일에 자막글들 통틀어서 5만대입니다. 제가 25작품 작업 하고 있으니 작품 하나당 2천 정도인 셈이죠. 그것도 매번 그렇게 찍는 것도 아니고 시즌 초에 잠깐 이거볼까 저거볼까 다들 고르시는 시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기작일수록 언제 올라오나 들락날락하는 허수를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적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 유튜브 알고리즘에 잡히는 애니 리뷰랍시고 그냥 한 화 에피소드 주요 내용 요약 정리에 불과한 스스로의 특별한 인사이트도 없는 그런 애니 유튜버 영상이 하나에 조횟수 5만은 가볍게 나오더군요. 그런 유튜버가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입니다. 자막 제작자 분들 중에 조횟수 목 매시는 분들, 이거 보면 좀 현타 오지 않습니까? 단독이니 뭐니 목매달아 봤자, 구독자 수 10만도 안 되는 유튜버들 영상 조횟수 하나보다 안 나오는 그런 쥐꼬리만한 조횟수에 연연한 게 웃기지 않으신가요? 댓글도 더 많아요. 그것도 그냥 감사합니다 댓글(이런 댓글들이 소중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이 아닌 애니 내용에 관한 감상 댓글들로요.
그러다 보니 이런 식의 제재가 들어오다 보면 괜히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저런 영상들 올리는 애니 유튜버들은 다 영상 사용 허락 받고 그런 식으로 막 갖다 쓰는 걸까? 뭐 근데, 그건 알아서들 잘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점은 그렇다 쳐도 그런 영상 보고서 '아, 애니 다 봤네' 하고 실제 애니는 안 찾아볼 사람의 수가 많을까요, 아니면 제 블로그에서 직접 자막 가져가서 보시는 분들이 많을까요? 절대적 수치로 따지면 양측 다 실제 정식 영상을 방영하는 OTT 서비스의 뷰어쉽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효과는 엇비슷하거나 저쪽이 많을 텐데, 왜 저쪽은 크리에이터 대접을 받으면서 수익도 벌고 왜 나는 그저 불법 자막쟁이인 걸까. 심지어 내 자막을 말도 없이 가져다 쓴 영상들도 수두룩한데. 얘기를 하다 보니 제가 애니 유튜버 분들께 무슨 악감정 있는 것처럼 쓰여지긴 했는데,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다만 제재를 받을 때마다 간혹 든 생각일 뿐입니다. 뭐, 이런 얘기 하면 또 누칼협 소리 하는 사람들 있겠죠. ㅎㅎ
사실 이런 규모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비할 바가 못 되겠죠. 영상도 토렌트에서 얻었을 테고, 자막도 아마추어 자막 중 제일 빨리 올라오는 거 그냥 갖다 쓰고, 그런 게 없는 작품이면 대충 자동 번역해서 올리는, 진짜 무엇 하나 자기 걸로 만든 게 없는 그런 사이트들이 제일 돈을 많이 벌고 있을 거고 제일 큰 해악을 끼치고 있을 겁니다.
7. 잘못 해놓고서 '쟤가 더 잘못했어요' 하는 꼴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재와 단속이라는 게 어느 정도 공평함은 있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말은 딱히 유튜버들을 제재해야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 조횟수에는 분명 홍보효과도 존재하니까요. 저는 자막도 작품의 홍보효과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것보다 더 뚜렷하니까요. 그리고 애당초 원본 영상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허락 받고 만드는 리뷰 영상이라면, 저작권이고 뭐고 문제 될 게 없는 거죠. 예전에 영화 리뷰 유튜버들 중엔 그런 이슈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 활동하시는 분들은 아마 그런 점은 다 알아서 해결하셨겠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이 분들 나쁘게 보고 있는 게 아닙니다. 부럽긴 하지만요. ㅎㅎ
제가 얘기하는 단속의 공평함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들에 대한 겁니다. 여기에는 뭔가 조치가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요? 성인 사이트는 그렇게 혈안이 돼서 warning.or.kr 뜨고 접속 못하게 해놔서 VPN이니 온갖 걸 쓰게 만들면서, 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그냥 검색해서 딸깍 하면 접속이 되는 겁니까? 근본적인 일망타진은 딱히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유명무실하더라도 워닝소리 정도는 뜨게 해야하는 거 아니냔 말입니다. 그런 데에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는 액션조차 없으면서, 자막 블로그는 신고 들어오자마자 일사천리로 제재 요청. 한국 저작권 보호원이라는 곳이 실질적인 일은 못하고, 그냥 개인의 악의에 의해 놀아나고 있는 곳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이유이며, 판권자의 직접적인 요청이 아닌 이번 제재에 제가 강한 불만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8. 영상이 없으면 자막은 소용이 없습니다. 자막을 잡는 건 저작권 보호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저의 이상과는 다르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한글로 된 무언가'만 있으면 영상을 보는 데 지장이 없으신 경우가 많습니다. 토렌트에 수두룩하게 올라오는 외국릴에 자동 번역 해서도 충분히 아무렇지 않게 보시는 분이 장담컨대 제 블로그 방문객 수보단 많을 겁니다. 그냥 빨리 보고 싶고 검열 안 된 걸로 보고 싶고 그게 주 이유이지, 자막은 그걸 아주 약간 더 편하게 해주는 보조 수단에 불과합니다. 저는 그 보조 수단에 조금 더 의미를 두는 편이고, 또 저와 비슷하게 의미를 두시는 소수의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자막을 만드는 거고요.
더구나 이젠 AI의 발전으로 자동 번역 자막은 더 쉬워지고 더 퀄리티가 올라갈 것입니다. 이제 꽤 알려진 WhisperAI는 사용해본 바 상당한 받아쓰기 성능을 보이고 있어서, 번역AI만 따라와도 용어, 이름 등의 약간의 감수만 거치면 충분해보일 수준입니다. 또한 아직은 드라마로 한정된 얘기로 알고 있습니다만, 화면상의 인물의 외모나 표정 등으로부터 등장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 등을 파악해서 자막을 자동 번역해주는 스타트업 사업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AI가 멀었다 멀었다 그러지만, 또 따라잡는 건 순식간일 겁니다. 사람 손으로 만든 자막의 가치는 사실 내리막길만 남은 거죠.
OTT로 인한 접근성 발달, 유튜브와 같은 다른 더 관심을 끌 수 있는 컨텐츠의 존재 등의 이유로 제작자 유입이 사실상 제로가 된 건 애저녁 일이고, 앞으로는 AI가 사람 자막을 대체할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정말 번역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 말고는 자막 제작자들은 다 사라질 겁니다. 그럼 그 뒤에 범람하게 될 AI 자막들을 과연 일일히 다 잡아낼 수 있을까요? 토렌트에 올라오는 영상조차도 사실상 못 잡는데?
자막 단속은 정말 저작권 보호를 생각한다면 뻘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현행 저작권법에 저촉되니까 단속한 거를 활동 내역 건수로 쳐서 '나 일했어요' 하는 용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네요. 신고한 사람도 자신은 뭐 저작권 보호를 위한 대단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도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실질적으로는 별 실효도 없이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 해코지해서 만족감을 얻으려는 거에 불과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보고요. 다만 법적으로는 할말이 없으니까 두들겨 맞아야죠, 뭐. 힘없는 사람 두들겨 패서 만족하시나요? ㅎㅎ
9.결국 자막 제작자들은 잘 드러나는 제재하기 만만한 곳에 있으니까 먼저 때리는 거겠죠. 그럼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좀더 제재의 손이 덜 닿는 곳으로 들어가서 하면 됩니다. 저는 자막을 만드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 접근성이 떨어져서 방문객 수가 줄어드는 건 딱히 상관없습니다. 네이버보다 댓글 달기 불편하다고 댓글 안 달리는 이 티스토리에서 그나마 소통해주셨던 분들도 더 줄어들게 될 건 좀 아쉽긴 합니다만. 거기다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게 아니라, 새로 정착한 곳에도 또 귀신 같이 신고가 들어오고 또 제재 받고 또 옮기고 그렇게 되겠죠. 근데 뭐 그렇게 반복해나가다 보면, 정말 마음 편하게 보고 싶은 애니에 보고 싶은 자막을 만들면서 그 뜻을 공감해주시는 분들과는 공유할 수 있는 환경에 정착하게 되긴 할 겁니다. 다만 한 사람의 악의로부터 그런 귀찮음이 시작됐다는 게 솔직히 울화통이 터지긴 합니다.
10. 저는 그냥 애니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애니를 단순히 주어진 대로만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에 드는 표현, 나의 해석으로 조금 더 능동적으로 보고 싶을 뿐인 사람입니다. 그 뜻에 공감해주시는 분들께도 도움이 된다면 좀 더 보람있게 이 취미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린 것뿐입니다. 딱히 이걸로 돈을 벌겠다,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하겠다, 그런 거 없이 순수하게 취미로만 하고 있습니다. 뭐, 취미라고 보기엔 양이 과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냥 그건 제가 브레이크를 잘 못 잡는 편이라 그런 거고, 아마 다음 시즌부터는 슬슬 브레이크를 걸어야겠다 생각도 하고 있고요. 이성적으로야 불법이고 잘못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등 더 해악이 큰 수단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데 제일 먼저 때려잡혀야할 대상이 되는 건 감정적으로는 많이 불합리하단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네요.
막상 이래저래 글 쓰면서 살짝 욱해서 감당도 못 할 소리까지 내뱉은 느낌도 드는데, 다 써놓고서는 후폭풍이 크진 않았으면 하는 비굴한 생각이 드네요. ㅎㅎ 주절주절 쓸데없는 말들을 했지만, 결국 써놓고 보니 '그냥 조용히 자막 좀 만들게 놔둬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떼 쓰고 발악하는 글일 뿐이었습니다. 딱히 써서 좋을 게 없을 글 같기도 합니다만.
이제 와서 뒤늦게 사족을 붙이자면, 신고한 사람(사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것도 제 뇌피셜이라 그 존재 여부는 모르는 일이죠)과 평소에 저를 적대시 하시던 분들 이외의 이 글에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다른 분들에게 딱히 악감정은 없습니다. 다들 그냥 해야할 일을 하셨다 생각합니다. 솔직히 신고 들어왔는데 그냥 손놓고 있으면 안 되겠죠. 그 이상 대대적으로 뭔가 단속을 하려고 한다면 뻘짓이라고 보지만요. 감정적으로는 여러 불만이 있긴 해도, 내려진 조치 자체에 대해서는 납득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찌됐건 애정을 갖고 키워온 블로그를 십중팔구 누군가의 악의로 손에서 떠나보내게 되었다고 여기고 있는 입장으로서는, 그냥 이렇게라도 좀 털어놔야 제 개인의 정신 건강상 편해질 것 같아서 쓴 거니, 다소 과한 발언이 있었어도 너그럽게 봐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제가 뭐 대단한 인물도 아니고, 그리 파급력 있는 글도 아닐 테니까요.
11. 지금까지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신 분들께는 접근이 더 불편하시게 만들어드려서 대단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자막에 대해서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고 이용해주시던 아니던 개인적인 감상에만 활용해주시는 분들은 다 제 입장에서는 감사한 분들입니다. 뭐, 불편해진 것도 사실 검색만으로 이곳을 알게 되신 분들이고(다음 활동지는 일단 검색은 막을 예정이라), 기존에도 그 외의 경로로 찾아오신 분들께는 큰 변화는 없을 겁니다. 계속 해서 찾아와주셔서 애니와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정말 내가 정식 자막은 도무지 마음에 안 든다, 검열이 너무 과하다, 그런 거 아니시면 웬만하면 돈 주고 보는 서비스를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ㅎㅎ 아까도 말했지만 자막 작업하는 작품들 말고는 저도 몇몇 OTT 서비스 구독하면서 그쪽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역 자막은 좀 심하다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 번역가들의 자막에는 그 어떤 아마추어 자막도 비할바는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가 작품에 더 애정이 있어서 좀 더 의미상 맞게 하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을 뿐이고(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습니다), 일본어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귀에 들리는 것과 괴리감 없게 번역할 뿐이죠. 물론 저는 그 차이 때문에 제 손으로 자막을 만드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자막 만들어야할 게 많은 날인데 글이 길어졌네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쓸데없이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